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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대상 에이전시, 3년을 돌아보며

Coton 2025. 2. 3. 22:03

스타트업 대상 에이전시 업무를 시작한 지 어느덧 3년이 넘었습니다. 원래는 다양한 사업을 직접 운영하며 여러 어려움을 겪었는데, 결국 다른 사업들을 정리하고 지금의 에이전시 사업에 집중하게 되었죠.

 

처음 에이전시를 시작했을 땐 약간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는 느낌이라 그런지 꽤 재미있었고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예전처럼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그 변화가 왜 생겼는지, 그리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솔직히 나눠보고자 합니다.


스타트업의 상황..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에이전시 업무는 대부분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됩니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사내에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를 모두 직접 채용하기가 어려우니, 결국 외주 업체를 찾게 되는 것이죠. 적은 예산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합니다. 주변 사업가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작은 예산으로 진행된 결과물들은 대부분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한정된 예산으로 만날 수 있는 업체는 크게 두 부류였습니다.

  1. 템플릿 기반으로 반복 생산
    이미 확보해 둔 템플릿들을 활용해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듯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업체입니다. 장점이라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저렴한 비용으로 결과물을 받는다는 것이지만, 제품이 어디서나 본 것 같은 느낌이라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2. 소규모 팀의 맞춤형 접근
    규모가 작아 1~2명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데, 포트폴리오는 많지 않아도 어느 정도 맞춤형 작업을 해주는 곳입니다. 이 경우, 팀원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인력이 적으니 리소스가 빨리 소진되고 소통 과정이 매끄럽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 에이전시가 바로 이 두 번째 부류였습니다. 다행히도 팀원들의 개별 포트폴리오와 경력이 우수해서 예상보다 많은 프로젝트를 의뢰받게 되었고, 의뢰가 들어오는 제품들 역시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습니다.

‘내 사업’이라는 마음으로 일해온 3년

제가 에이전시 운영을 시작할 때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철학은, ‘고객의 제품을 내 사업처럼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고객들이 미처 고려하지 못한 부분을 찾아내어 제안하고, 계약 범위를 넘어서는 역제안까지도 적극적으로 해왔습니다. 당연히 그만큼 단가는 맞추기 어려웠지만, 고객이 성장해야 우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마음가짐 덕분에 고객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3년 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몇 가지 문제도 동시에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소통과 운영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

대부분 스타트업이나 에이전시나 규모가 작기 때문에, 명확한 매뉴얼이나 프로세스가 확립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서로 다른 운영 스타일이 부딪히며 소통의 문제점이 생기곤 합니다.

  •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미비: 어떤 곳은 슬랙, 어떤 곳은 카톡, 또 어떤 곳은 이메일을 더 선호하는 식으로,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툴이 제각각입니다.
  • 이해관계의 불일치: 우리가 추천하는 기능이 있지만, 고객사에서는 당장 눈앞의 요구 사항에만 집중하려고 할 때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 역할 분담의 모호함: 작은 조직 특성상 누구든 여러 업무를 동시에 맡게 되고, 결국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며 문제가 터지는 상황이 종종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벌어질 때마다 서로 상처받고 미안해하며 간신히 위기를 넘겨 왔습니다. 그러나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 사업이 아닌 일, 왜 이렇게까지 할까?

이런 고민이 쌓이다 보면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어차피 내 사업이 아닌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의뢰받은 부분만 책임지면 되는 거 아닌가?”

 

에이전시가 성장하는 동력은 ‘고객의 제품을 내 것처럼 생각한다’는 데에서 나왔지만, 역설적으로 바로 그 태도가 지금의 저를 지치게 하고 있습니다. 고객이 성장해야 우리도 성장한다는 신념은 변함이 없지만, 그만큼 제 시간과 정신적 리소스가 점점 고갈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죠.

몰입할수록 저 자신이 예민해지고, 그 예민함이 태도나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나니, 관계가 악화되기도 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달려왔는데, 정작 관계가 해치는 상황이 오니 자괴감도 들고요.

성장에 필요한 건 결국 소통과 결정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결국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함께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운영 방식이 너무 달라 합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과감히 “우리 여기까지”라고 결단을 내릴 줄도 알아야겠죠.

물론 이런 일이 꼭 에이전시 업무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닙니다. 다른 업종이나 사업을 하더라도, 비슷한 갈등 상황은 언제든 찾아올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내가 배우고 성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 방식을 더 발전시키고, 잘 헤쳐 나가야 다음에도 같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좀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대응할 수 있으니까요.

마무리하며

스타트업 대상 에이전시 3년 차를 맞이한 지금, 저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다짐을 해봅니다. 고객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되, 지나친 몰입으로 인해 제 자신까지 침몰하지 않는 균형감각을 찾는 것 말이죠. 그렇게 제 자신도, 그리고 함께 일하는 팀원들도 좀 더 건강한 방식으로 일하고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